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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일기의 역사

by THREEE 2021. 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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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일기는 왜 쓰게 됐는가?
초등학교 때는 숙제니깐
중학교 때는 교환일기
대학 때는 영감 일기
직장인 때는 경영 일기
여행 다닐때는 그림일기를 썼다.
(자세한 이야기는 뒤에 첨부)


Q: 지금도 일기를 쓰고 있는가?
세계여행 그림일기를 마지막으로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매일 쓰고 있진 않다.
최근 대장내시경을 한 기념으로 다시
일기를 써보고 싶어 블로그를 개설했다.



 

 

 

 



2학년 일기
매일 일기를 쓰는 건 힘들었다.
똑같은 하루, 어제와 다른 게 없다고 느껴지는 날은 과감하게 ‘어제와 같음’이라는 한 줄을 쓰곤 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쿨 했던 시기)



4학년 일기
일기 쓰는 것을 강조하는 담임 선생님을 만났다. 매일 일기 검사를 해서 코멘트를 달아주셨다.
성실했던 나는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스럽게 썼다. 일기보다는 소설에 가까웠다.

햇빛과 바람, 개미, 도시락통 내 주변의 모든 것은 일기 소재였다.
이 시절 일기의 특이점은 친한 친구의 글씨체를 흉내 내서 썼다는 것이다.
일기장에는 책벌레 현정이, 김지호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는 미령이의 글씨체가 있다.
(두 친구 다 카이스트에 갔고 나는 재수를 했다)



6학년 일기
일기장에는 시와 그림으로 가득했다. 물론 하루 일과를 나열하는 날도 있었지만, 많은 칸들을 메우는 건 시와 그림이었다.
일기장인지 시화집인지 분간이 안 되는 것으로 일기장을 채워갔다.
기억나는 일기 중에는 솔리드 이준이 좋은 이유 3가지를 적었던 일기와

학교 가는 길에 코피가 났는데, 길을 가던 한 언니에게 도움받은 이야기.
코피가 멈추고 손수건을 빨려고 보니 그 언니가 내게 준 건 손수건이 아니라 안경닦이였다는 다소 황당하게 마무리가 된 일기다.



중학교 1학년 교환일기
새침데기 같던 친구와 교환일기를 썼다. 그 시절 유행이었다. 나는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었지만, 어느 누구와 고도 깊은 관계는 되지 못했다. 친구들은 하나같이 이런 말을 하곤 했다. 나는 너를 다른 친구들보다 더 친하다고 생각하는데,
너는 다른 애들이랑 나를 똑같이 대하는 것 같아.
또는, 10년 후 우연히 만난 친구는 너는 어제 본 것처럼 한결같이 똑같아
처음에는 좋은 말인 것 같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다.


대학시절에는 예술의 대한 고민이 담긴 스크랩북 일기로 (일기의 사랑은 대학 졸업작품으로 이어졌다. 졸업 논문책자에 초등학교 2학년 때 썼던 일기를 실었다)

회사 운영할 때는 좋은 회사를 만들기 위한 경영 일기, 세계여행 중에는 그림 일기를 썼다.
다른 형태로 변형되어 일기는 항상 내 곁을 맴돌았다.

 

그리고 오늘
대장내시경을 하기 위해 비워냈던 대장과 위로 들어가는 모든 것을 기록하기 위해 일기를 쓰려고 한다.
건강한 삶과 기록을 위해

 

 


히히일기 - 대장내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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