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중기가 한 인터뷰에서 아침형 인간이라고 밝혔다. 그래서 인터뷰어가 몇 시에 기상하냐고 물으니 송중기는 11시라고 답했다.
11시? 가 저녁은 아니니깐
아무튼 요즘 나는 사이클이 점점 앞으로 당겨져 다섯 시에 일어나기 시작했다.
몇 달 전에는 새벽 3시에 자곤 했다. 아직까지 내가 아침형 인간인지 저녁형 인간인지 모르겠다. 오락가락하는 것이 이젠 지겹다고나 할까?
이쯤 살았으면 몸소 알게 되면 좋으려 만. 나에 대해서도 아는 게 없다.
그러면서 조금 뭘 안다고 뻐기는 내 모습이 우습게 느껴진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면 이점은 분명히 있다.
내가 주도적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느낌이 든다. 꼭 생산적인 일을 하는 건 아니지만, 가만히 멍을 때리고 있어도 보람차다.
충만한 느낌이 좋다. 싱가포르를 여행할 때 아침 해뜨기 전에 일어나 산책을 했다. 붉게 타오르는 태양을 보며, 세상의 아침을 가졌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이건 꼭 내 인생에 있어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매일 뜬눈으로 아침을 맞이했다.
며칠 뒤
나는 최고의 타협가답게 타협했다. 몸이 피곤해. 어제 늦게 잤잖아. 오늘은 왠지 일찍 일어나기 싫은 날이야 등 갖가지 이유를 붙여대며 침대 안을 파고들었다.
그리고는 가끔 생각한다.
아. 세상의 아침을 일주일 가졌네.
오늘 아침은 아무 생각 없이 나무 틈 사이로 뜨는 해를 바라봤다. 거창한 계획도 야심 야망 열정 없이
해가 뜨네
…
…
멍~~
내일 또 이 시간에 일어나면 그냥 또 멍해야지.
지난달 격일 단식을 했다. 단식을 하는 남편을 따라 하루 이틀 단식을 따라 해 보다가 비로소 격일 단식을 실행해봤다. 2주간, 꽤 새로운 경험이었다.
1. 단식을 선택했다.
단식 첫날, 배에서 울리는 꼬르륵 소리에 바로 입에 무언가를 넣어주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잠이 드는 순간까지 남편에게 내일 먹을 것을 브리핑했다. 단식 첫날 마지막 나의 멘트는 '나 이제 눈을 감고 다시 뜨면 단식에 성공하는 거지?'였다.
한 번의 단식 성공은 해냈다는 자신감으로 이어진다.
2. 육체를 지배하는 정신
정신이 육체를 지배하는 느낌이 꽤나 좋았다. 그리고 진짜로 배가 고파서 먹는 게 아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 안 먹는다고 배고파서 뒹구는 건 아니다. 개운한 느낌까지 든다.
3. 단식 단점
저녁에 영화를 볼 때면, 치킨, 오징어포, 각종 야식들이 떠오른다. 배가 고픈 것도 아닌데, 섭섭, 입이 궁금, 허전한 느낌이 든다.
샴푸 린스 세트 구성인데, 린스만 두 개 들어있는 느낌, 바늘과 실이 한 세트인데, 바늘만 있는,
치킨에 맥주를 마시지 못하는, 그런 불상사 같은 찝찝한 느낌
습관이 무섭다. 금단현상으로 영화에 집중이 안된다.
4. 단식을 하고 가장 좋았던 점
단식 날에는 다른 날보다 하루가 더 길게 느껴진다. 아침, 점심, 저녁 식사 시간이 필요 없게 되니 자연스럽게 시간이 많다.
그 남는 시간에 나의 머릿속을 맴도는 생각은 음식을 먹는 행위의 즐거움을 넘어선 다른 것이 나에게는 뭐가 있을까? 다.
이 고민은 한 번도 해본 적도 없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뭐가 있나?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5. 단식 이후
남편은 나 때문에 ‘단식’ 망했다고 한다. 이번 달에 남편은 몇 번 단식을 하긴 했지만, 나는 한 적이 없다. 안 했다고 죄책감을 느끼는 건 아니다. 단식을 해서 개운한 느낌이 들고 좋긴 한데, 아직까지는 먹는 즐거움을 넘어선 뭔가를 찾지 못해선지… 의지가 불타오르지 않는다.
먹는 행위보다 그 시간의 소중함을 알았다는 훈훈한 말로 마무리를 지어본다.
단
식
일상에 무료함이 든다면 나에 대해 알고 싶다면 단식을 선택해 보는 것도 방법이라 생각된다.
결핍의 상황에 나를 몰아세웠을 때 진또배기의 나의 모습이 나온다. 단식에 관해 쓰다보니 생각난김에 오늘 단식할까 했는데, 벌써 모닝빵 하나를 버터에 발라 야무지게 쫩쫩 했다.
아침에 일어나 할 일이 없어서 주저리주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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