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수면 대장내시경 / 2021년 5월 14일
두 번째 대장내시경 하는 날
(수면 대장내시경)
속 비워내기
이번 약은 쿨프렙산
가루약 2 봉지를 500ml 통에 넣고, 물을 넣은 다음 흔들어 준다. 30분 간격으로 한 번 더 약을 마시고, 물 500ml를 마신다.
세 달 전 대장내시경 할 때보다 수월했다. 맛은 저번 약이 더 맛있게 느껴지긴 했다. 저번 약 켐라이트산은 레몬맛, 이번 약은 이온음료를 마시는 느낌이다.
약을 먹고, 10분쯤부터 신호가 온다.
첫 번째 대장내시경 준비할 때 했던 실수는 반복하지 않기 위해 휴지 사용을 자제하고 물로 씻어냈다. 씻어내기가 무색할 정도로 배에서 꾸륵꾸륵 신호가 온다. (화장지 다량 사용 시 엉덩이 쓰라림 있음)
끝없이 비워내기
한번 대장내시경을 해 봤다고. 경험이란 게 사람을 참 여유롭게 만든다. 이쯤 하고 자야지. 가벼운 마음으로 잠을 청했다. 내일 아침 6시에 약을 먹고 또 비워내면 되니깐.
대장내시경 당일 아침 (금식)
6시, 약을 1L를 마시고 물 500ml를 마셨다. 확실히 저번 약보다 먹기가 수월하다.
11시 제주대학교 병원으로 출발
대장내시경 검사실에 들어서서 이름을 말하고 서류 한 장을 받았다. 간단한 설명을 들은 뒤 잠시 대기하고 있으니 탈의실을 안내해 줬다.
빳빳하게 잘 게어진 환자복을 건네받았다. 하의는 속옷 벗고 입으세요.라는 말을 남기고 커튼을 치고 문을 닫고 나가시는 간호사 선생님.
옷을 살펴보니 이전 병원에서 봤던 대장내시경 의상이 아니다. 뚫린 엉덩이에 천 덮개가 하나 더 있는 것이었다. 그게 너무 웃겼다. 이 디자인은 사생활 보호가 되는 것 같기도 했지만, 너무 웃겨서 뚫린 엉덩이를 가리고 있는 천을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해봤다.
참 우스운 옷이다.
우스운 옷을 입고 탈의실을 나와 로비 같은 곳에 설치된 병실 침대에 누웠다. 왼팔에 혈관주사를 놓더니 혈관이 부었다며 죄송하다면서 오른팔에 다시 해야 된다고 했다.
젠장. 따끔한 게 꽤 아팠는데... 몇 분 뒤 엉덩이 주사 한방을 또 놔주셨다.
따끔합니다. 따끔~
처음 대장내시경을 한 준병원 (서귀포 열린 병원)에서는 연륜이 많은 간호사 선생님의 말 한마디에 안정감이 느껴졌다면, 대학병원 (제주대학교 병원)은 시스템에서 안정감을 받았다. 무슨 일이 생겨도 대처 가능한 인력들이 존재하는. 서로가 서로를 크로스 체크하는 시스템에서 오는 믿음.. ㅎㅎ 링거를 맞으면서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검사실로 들어가는 길
드라마에서 봤던 병실 침대를 밀고 어디론가 가는 장면. 그 침대에 내가 타고 있다. 5번 검사실에 왼쪽으로 누워 다리를 접어 기역자로 만들었다. 수면 내시경이지만, 마취제가 아니어서 소리가 들리거나 느낌이 날 수 있다고 했다.
숫자 10까지 세야지. 1.......... 2 가 되기 전에
난 블랙아웃이 된 것 같다.
눈 떠보니 침대에 구부정하게 앉아 표류 중이었다.
형체를 알 수 없는 한 인물이 다가와서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좌약 처방했으니, 오늘부터 좌약 하세요’ 뉘앙스의 말이었다. 몽롱한 상태였지만,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먹는 약은 없나요?’라고 물었다. 그러나 정신이 완전히 돌아온 것은 아니었나 보다. 답변이 기억나질 않는다. 제대로 물어본 건 맞는지 의구심이 든다.
남편 부축을 받으며 집으로 향했다. 첫 번째 대장내시경보다 방귀가 무지하게 많이 나왔다. 뿡뿡뿡
집에 가는 길
우진 해장국을 포장했다. 물론 나는 차에서 곯아떨어져 있었고, 수납이며, 약사는 것, 먹는 것 다 남편의 몫.
수면 대장내시경은 보호자가 필히 동반해야 한다. 보호자님 감사합니다.
오늘 한 끼는
우진 해장국과 전복죽
우진 해장국은 정말 맛있다.
(* 대장내시경 한 후 3일간은 식사 조절하는 게 좋다. 저번에 대장내시경 하고 다음날 커피 2잔 먹고 배가 아파서 혼났다. 커피, 술은 금물)
대장내시경을 3개월 만에 또 한 이유는 궤양성 대장염 크론병이 의심된다는 의사 선생님의 소견이 있어서였다. 나는 단순히 소화불량, 장염, 치질, 위염 인 줄만 알았다. 아직 최종 결과는 듣지 않았지만, 궤양성 대장염 크론병 병명을 듣기까지 6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이 병명을 알아내기까지 어렵다더니 나 역시 그렇다. 병원 4군데를 거쳐 위염인 줄 알고 위장약을 먹고, 혈변 때문에 치질인 줄 알고 치질약을 처방받고, 소화불량인 줄 알고 소화제를 들이켰던 지난날들. 이제라도 알았으니 하나씩 알아가 보자.
희귀 난치병 별거 없다. 잘 먹고 잘 싸고 잘자면 된다!!
3월 24일 처음 대장내시경을 하고 비워낸 장에 채워지는 모든 걸 기록하고 싶어 만든 사진일기가 도움이 많이 된다. 뭘 먹었을 때 속이 좋지 않았는지 나름의 기준이 생겼다고나 할까.
두근두근 첫 번째 대장내시경 후기
https://threee.tistory.com/m/9
히히일기 - 대장내시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