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영
개 같은 소리
야 씨발 진짜 못 들어주겠네
지겨운 소리
개떡 같은 말
지랄이었다
와 같은 문장에서 오는 카타르시스
[재희가 요모조모 끌어들여 술자리에 앉힌 사람들은 대부분 서로 모르는 사람이었고, 사회인이었으며, 모르는 사회인들이 모였을 때 으레 그렇듯 재밌지도 않은 술 게임을 하고, 궁금하지도 않은 인생사나 연봉 얘기, 이성애 연애담을 서로 공유하고 지랄이었다.]
이 문장을 읽고, 이 와같은 순간에 약간의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당장이라도 가방을 어깨에 들쳐 메고 나갈까? 하다가 지루한 시간이 끝나기만을 바랬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친한 친구 중에도 자신이 조금만 지루하다 싶으면 당장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친구가 있다. 자신이 주최한 자리일지라도 가차 없이. 그 모습이 남 눈치안봐서 멋져(?) 보이기도 하고, 어쩔 땐 무례해 보이기도 했다.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이 있다. 마음속에 조금이라도 싫은 마음이 들면 자리를 박차고 나가자라고 마음먹었는데, 실행으로 옮긴 적은 한 번도 없다. 자리를 박차고 나와 집에 가면 마음이 편하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역시 나는 나보다는 두루두루 좋게 좋게 관계를 위해서 발달된 사람인가?
- 박상영
언론에 노출이 많은 작가라 작가의 책을 한 권은 읽었겠지 했는데, 목록을 쭉 살펴보니 읽은 책이 한 권도 없었다. (그가 나온 프로그램은 본 적은 없지만, 프로필 사진은 많이 봤다) 뭔가 익숙한데, 한 권도 안 읽었다고? 뭐지? 하는 마음과 함께 도서관에서 대도시의 사랑법을 대출했다. 독서모임이 아니었다면, 읽지 않았으려나.
(* 집 책장에서 놀이터는 24시 라는 책 발견, 단편은 읽은 적이 있다)
피식~ 피식~ 날 것 같은 글. 아 진짜 좋네. 이런 소설 오랜만이야.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감정을 밖으로 표현하는 정도를 욕쟁이 할머니 할아버지(?)가 표현하는 방식을 10이라고 가정했을 때 내 방식은 2이라면, 박상영 작가는 8 정도가 될 것 같다.
한 번도 내뱉어 본 적 없는 말과 행동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 눈에 띄는 단어, 관용구, 문장
기백번, 그도 그럴 것이, 하나마나 한 말, 입을 다물었다, 입을 다물어버렸다, 지겨웠다.
역시 잘 쓰는 사람은 처음과 끝이 단단해라고 생각하고는 독서노트에 좋았던 문장을 필사했다.
[야 씨발 진짜 못 들어주겠네. 의사가 뭔가를 더 말하려던 찰나 재희가 갑자기 가방을 들쳐멨다. 그러고는 갑자기 의사의 책상 위에 놓은 낡은 자궁 모형을 집어 들었다. 뭐야, 하는 생각을 하기 무섭게 재희가 열린 진료실 문 밖으로 달려 나갔다. p.35] 이 문장에서 폭소했다. 자궁모형을 들고뛰는 사람이 주변에 있었으면 좋겠다. 내 인생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어이없는 생각이 바나나는 길어 긴 것은 기차처럼 길게 이어졌다.
인스타그램에서 박상영 작가를 검색하고는 전남친 인스타를 탐색하듯 게시물을 살폈다. 그리고는 작가의 다른 책이 궁금해 밀리의 서재에서 ‘박상영’을 검색했다. 에세이 일은 서울에서, 잠은 제주에서를 클릭해 읽어나갔다. 역시, 에세이도 작가의 향기가 짙다. 하하하하

<대도시의 사랑법> ‘우럭 한점 우주의 맛’에 나온 고백은 영화 러브픽션 하정우의 고백만큼 인상 깊었다.
[혀 끝에 감도는 건 우주의 맛이기도 해요.
네? 그게 무슨 (개떡 같은) 말씀이신지…
우리가 먹는 우럭도, 우리 자신도 모두 우주의 일부잖아요.
그러니까 우주가 우주를 맛보는 과정인 거죠.
- 그럼 오늘부터 저를 우럭이라고 부르세요. 쫄깃하게
- 아니요, 광어라고 부르겠습니다. 속이 다 보이거든요.]
(p.105 발췌)
광어와 우럭을 먹을 때 이 문장이 머릿속을 헤엄 칠 예정.
오늘은 박상영으로 시작해 박상영으로 끝났다.